20151227_내가 글을 쓰는 이유 by 사막의별

블로그 글을 쓰다가 이건 도대체 누굴 위한 글인지 의문이 들었다. 
독자를 위한 글인가, 나를 위한 기록인가.

이글루스의 경우 나를 위한 기록에 더 가깝다. 아니, 나를 위한 빈 공간의 외침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나을 것 같다. 
특정인에게는 하소연하기 어려운 고민들, 털어놓기 어려운 생각들을 공허에 대고 외치는 것이다.
그러면 우연히 내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조언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글루는 열린 공간이지만, 대중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는 기분이 든다. 그냥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적당히 닫힌 비밀 공간 같다. 
그래서 나는 이글루가 좋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좀 다르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나 역시 어투도 구어체로 쓰고, 영화 관련 글을 일주일에 한 번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체계적인 글쓰기를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영화 비평가도 아니고, 기자도 아니다. 내 글은 그냥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머릿속에 들어온 여러 생각들을 털어 놓는 곳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내가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조금 더 독자층을 뚜렷하게 머리에 그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내가 대중적인 글을 쓰면 좋겠다고. 
허튼 반항심에 나는 대중의 취향 따위 고려하고 싶지 않다 답했다. 
그가 떠난 지금, 어쩌면 대중이란 존재는 내가 무시하고 싶다고 무시할 수 있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는 너무 대중적이었다. 음악을 들을 때도, 항상 멜론 차트 순위를 그대로 다운 받은 것 같은 곡들만 들었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고를 때도, 가장 대중적으로 보이는 영화를 골랐다. 

나는 다르다. 음악 취향도 인디, 재즈, 클래식을 선호하고, 영화도 너무 대중적인 영화보다는 예술 영화, 고전 영화를 더 즐겨 본다. 
TV 예능도, 드라마도 즐겨 보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대중'의 선호도를 확인하는 곳은 네이버 포털이다. 
포털로 나는 요즘 어떤 드라마가 화제이고, 어떤 음악이 뜨는지 '글로 읽는다'. 

이 상태로라면 나는 절대 폭발적인 인기는 커녕,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없을 것 같다. 

좋은 예술이 꼭 대중들의 취향을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신념이지만, 대중의 취향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덧글

  • 공간집착 2015/12/27 17:17 #

    나를 위해 필요한 공간이 이글루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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